파주로 드라이브

김중혁 1F/B1 중 『3개의 식탁, 3개의 담배』

 이 작품은 수명이 많이 남은 킬러와, 수명이 이미 얼마 남지 않은 여성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. 여기서 핵심 소재를 운전이라고 보았다. 왜냐하면 이야기의 대부분이 킬러가 운전하는 차 안에서 진행되기 때문이다. 그리고 내 자신이 가장 관심 있는 분야기 때문에.

 최근 운전을 시작하고, 드라이브에 빠지게 되었는데, 운전을 하다보면 신기함을 많이 느낀다. 이렇게 빠른 속도로 달리는데 어떻게 다같이 약속이나 한 것처럼 사고가 안날 수 있지? 싶을 때가 있다. 또, 가끔 속도를 즐기게 되면 그 속도가 빨라지는 것 자체에 집중하지, 내가 속도가 빠르게 달리는 만큼 시간을 아끼게 된다고 연결되지 않는다. 그러나 속도를 빠르게 달리는 것 자체가 뉴턴역학에서 상대성이론으로 가까워지는 것이다. 이는 현실세계에서 양자역학으로의 전환이자, 빛의 속도에 접근하는 일이 되며 이는 블랙홀과 우주의 질서에 조금씩 도달하는 것과 비슷하다.

 쌍둥이의 역설이라는 말이 있다. 이는 즉슨 한 날 한 시에 태어난 쌍둥이더라도, 한 쌍둥이가 우주여행을 하고 돌아오면 그 쌍둥이는 그만큼 시간이 천천히 흐르게 되어 다른 쌍둥이보다 회춘한다는 의미이다(어디까지나 상대적으로). 이처럼 빠른 속도로 달린다는 것은 시간을 거스르기도 하고, 더 빨리 흐르게 하기도 하는 것과 연결되어 있다.

 너무 빨리 달리면 죽지 않을까? 이러다가 우주로 가버리진 않을까? 하는 작은 재기발랄한 호기심에서 출발한 글인 것 같다. 또한 작가가 가끔 도로 위를 아주 빠르게 달릴 때, 마치 우주를 여행한다는 기분을 느끼지 않았을까 싶다. 특히 밤에 운전을 한다는 것은 아주 신선한 기분이 들 때가 있다. 연속된 자연과 그 안의 연속선을 달리는 나 밖에 없다는 그 느낌. 눈 앞에 보이는 것은 빠르게 움직이는 자연과 연속된 도로, 스쳐지나가는 안내판들과 사라졌다 나타나는 LED들. 똥땅똥땅하는 깜빡이 소리. 차분한 음성의 네비게이션. 제대로 된 길을 가야한다는 과제를 수행하는 것 같기도 하고 자유로운 것 같기도 한 도로 위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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Posted by 멀라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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